1. 물론 나도 가끔 그러지만 어떤 욕구의식이나 뭔가를 표현해야 한다 뭔가를 표출해야 한다 싶은 의지가 너무 강하다보면 때로는 전형적
인 구성이나 내러티브를 완전 무시하고 막 뒤죽박죽 비빔밤처럼 되는데 그건 이해한다. 그러니까 내가 쓰는 글들 말이다. 그건 이해하는데
이 영화에선 너무 막 그러다보니 스토리가 너무 엉성하고 개연성이 부족하다. 솔직히 "금자씨"까지는 그만의 독특한 기법이 탄탄한 스토리
나 연출과 어우러져 영화가 참 '찰지다'는 느낌이 컸는데 "싸이보그"서부터 시작된 그 이상한, 감독의 '난해한 뒤죽박죽 비빔밥' 기법은 이
영화에서 또 그런다. 뭘 말하고자 하는지는 어렴풋하게 알겠지만 그게 보는 관객들 마음에 확 깊게 다가가지 않는 그런 느낌. 내가 생각하
는 훌륭한 영화란 관객들에게 뭔가를 '꽝'하고 찍어주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뭔가를 준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감독
의 표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뭔가를 표현받거나 뭔가를 느끼는 것과는 하등의 상관도 없는 쓸데없는
대사들과 쓸데없는 장면들이 너무 너무 많다.
2. 난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되게 기대를 많이 했다.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줄께요" 저 한마디 문구 때문이다. 그래서 난 영화
가 지옥같고 좆같고 더럽고 괴롭고 정말 도저히 존재하기 싫은 현실로부터의 '이탈'이라는 거에 굉장히 초점을 뒀을 줄 알았다. 근데 사실
은 (물론 그런 요소들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는 개인의 '탐닉'에 집중하는 식이다보니 왜 저 사람들이 이렇게 탐닉에 집착을 할까
라고 관객들이 느낄 만한 개연성이 부족하다. 태주의 현실이 얼마나 좆같은지, 상현의 현실이 얼마나 좆같은지를 더 관객들에게 깊게
심어줬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관객들이 저들의 탐닉과 자유에 대한 갈구를 더 잘 공감해주지 않을까. 그래야 영화의 엔딩이 더더욱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겨주지 않을까. 또 하나. 지옥같은 현실에서 나가려면 일단 그 지옥을 벗어나야 되지 않을까. 내 말은, 공간의 이동
말이다. 근데 현실은 그대로 컨티뉴다. 봐라. 똥통에 빠져있는데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나 아무리 매력적인 이성과 꿍적꿍적을 한다고
하면 뭐하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똥냄새 가득한 똥통인데. 진짜 벗어나려면 그 똥통에서 나와야지. 그러니 이 영화가 공감이 안되는 거다.
3. 애시당초 송강호와 김옥빈이 서로 쭉쭉 빨아대는 섹스씬이 inappropriate하다. 그들의 섹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아버지와 딸이
그 짓을 하는 걸 보는 것만큼이나 심기가 불편하다. 아니 내 말은, 신부와 유부녀가 그 짓을 한다는 게 불편하다는 뜻이 아니고 송강호
라는 배우와 김옥빈이라는 배우가 그 짓을 하고 있는 걸 보기가 불편하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송강호는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송강호의 베드씬 연기는 이상했다. 진짜로 막 둘이서 미치도록 탐닉하면서 사정 안봐주고 쭉쭉 빨아대는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관건인 듯 한데 송강호와 김옥빈은 그 점에서 서로 약간은 어색해 하는 게 느껴졌다. 차라리 극중 신하균과 송강호
의 캐스팅이 바뀌었으면 더 적절했을 듯 싶기도 하다. 성직자였지만 막 변태적으로 혀를 낼름거리면서 탐닉하는 연기는 신하균이 왠지
더 잘할 것 같고 바보 악역 연기는 송강호가 더 잘할 것 같지 않나? 김옥빈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았으나, 약간 더 앳된 얼굴이지만 살짝
색기가 더 강하고 악녀스러운 소유진이 맡았다면 어땠을까도 싶다.
4. 내 직업과 상관이 있긴 하겠지만 난 유난히도 이상하리만치 '의사'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에 불만이
많다. 물론 박감독의 정치적 노선이 진보적 성향이 강하고 실제 민주노동당에 입당을 하기도 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의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야 할 정도인가 싶다. 지난번 "싸이보그"에서도 병원내 의료진들을 무자비하게 총으로 쏴죽여버리는 장면도 거슬
렸지만 이 영화에서도 딱 두 장면 나오는 의사의 모습을 굉장히 '성의없고 무능하지만 거만하기만 한' 그런 존재로 보이게끔 묘사했고
스토리와 전혀 상관 없이 "여자들은 내시경 하지마. 의사들이 성추행한다" 이런 대사를 왜 집어 넣은 건지.. 박찬욱 감독 말고도 다른
대다수의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건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 영화에서도 그렇고 박감독
영화 만큼이나 의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는 잘 못본 것 같다. 그래서 솔직히, "JSA"와 "올드보이"와 "금자씨"를 보고 탄성
을 지르던 나였지만 요즈음의 박찬욱 감독에게는 인간적으로도 불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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