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tunikut 2009. 11. 23. 12:23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기는 싫다.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방종이라고 생각 안하기 때문이다. 자유는 정말 중요한 가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이 말 속에 담긴 뜻.. 뭘 모르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때때로 완전 원천봉쇄식의 언급을 하는 이들을

본다. 물론 나 역시 이렇게 말하지만 흥분하면 막말도 하고 막표현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라고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을

거다. 근데 어디까지 자유를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보면 세상은 역시 호락하지 않다. 모르면 쓰지 마라. 그게 법칙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같은 순수 리스너들은 음악에 대해 사실 쓰면 안된다. 아주 옛날 락 들을 때부터 앨범 리뷰 할 때면

부딫치는 딜레마인데 좆도 모르는데 무슨 사운드가 어떻고 그런 소릴 할 수 있느냐는 거다. 힙합 앨범 들으면서 랩을 평가

하려면 랩 가사를 써보고 랩을 해봐야 하고 기타 사운드를 평가하려면 기타를 쳐봤어야 하고 힙합 사운드나 프로듀싱에

대해 얘기하려면 장비좀 만져봤어야 하는 거다. 버벌 진트의 신보나 다이나믹 듀오의 4집을 듣고 평가하려면 팀보와

넵튠스와 더리 사우스에 대한 배경 지식과 앨범들을 들어봐야 하는 거고, 피트 락을 모르면서 어떻게 더 콰이엇의 프로듀싱

을, 9th 원더를 모르면서 어떻게 케슬로의 프로듀싱을 평가할 수 있냐는 논리이다. 그리고 그걸 또 평가하려면 당연히

피트 락과 9th 원더가 어떤 장비에 어떤 식의 작법을 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걸 알려면 또 적어도 그 장비들과 그런 작법을

직접 해봤어야 한다는 것까지 올라간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포스팅을 하거나 리뷰를 쓴다는 행위가 굉장히 스트레스풀해지고

디프레싱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냉철하게 들리겠지만.. 위에 내가 언급한 게 어느 정도는 '맞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읽는

공적인 공간에서, 정보를 주기 위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위에 내가 올린 여러 조건들을 반드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 블로그는 좀 다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블로그라고 완전 자유로울 수도 없는 듯하다. 그래서 글이란 건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다.

 

음악 위주로 포스팅을 하는 이 블로그에서, 음악은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개 청자로서 더 이상 무슨 글을 쓸 수 있을지

갑자기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점심 시간에 끄적여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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