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천사와 악마"를 읽고 나서 보고

tunikut 2009. 5. 18. 23:16

 ** 물러가시오. 스포일러들이 적나라하오!

 

역시 베스트 셀러의 영화화는 원작 소설을 읽고 봐야 하는 법. 미친놈같이 만사 다 제쳐두고 아기 없고 거실을 왔다갔다

하면서까지의 시간과 육체적 노동을 투자해서 꾸역꾸역 원작 소설을 다 읽은 보람이 있었다. 론 하워드 감독이 이번엔 좀

벅찼나보다. 물론 장편 소설을 2시간 남짓의 스크린으로 옮기려다보면 과감한 전개와 생략이 때론 필요하다 하겠으나..

댄 브라운의 전작이 아닌 론 하워드의 전작 다빈치 코드의 경우 빠른 전개였으나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면서 영화라는 매체

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잔뜩 보여줬다면 이번 천사와 악마의 경우는 원작 소설이 주는 본질적이면서 종교적인 메세지와

등장 인물들의 갈등과 고민 등이 상당부 거세됐고 그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식의 볼거리에만 너무 촛점을 뒀지 않았나 싶다.

원작 소설의 발단 인물 중 하나이자 스토리의 절정부와 반전에 있어 핵심적 인물이었던 막시밀리안 콜러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으며 아버지인 레오나르도 베트라를 잃은 비토리아의 심리와 분노가 영화에선 전혀 없으며 (원작에서 맹활약을 벌이나

왠지 고독하고 애처롭게 보였던 비토리아는 영화에선 완전 듣보잡처럼 나옴), 다빈치 코드에 비해 정말 그야말로 '개'고생

해야 할 로버트 랭던은 영화에선 그다지 고생하지 않았으며 정말 실망했던 건 일루미나티의 모임 장소인 "계몽의 교회"를

찾아가는 과정과 일 파세타를 발견하는 그 극적인 과정을 그냥 네번째 추기경의 말 한마디로 처리해버렸다는 거. 허나 무엇

보다 가장 가장 크게 실망했던 건 궁무처장이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정말 극적이고 심금을 울리도록 동기부여를

했던 원작 소설에 비해 여기선 궁무처장을 완전 그냥 '나쁜놈' 취급을 해버렸다는 거. (원작 소설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궁무처장은 절대 '나쁜놈'이 아니다. 그도 그 나름대로의 분명한 동기와 애처롭고 안타까운 이유가 있었다는..)

 

암튼 에이. 론 하워드 감독. 이번 건 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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