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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최근에 본 실망스런 영화 두 편

tunikut 2009. 4. 28. 13:23

본 블로그의 favorite movies란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난 몇몇 감독들을 정해놓고 왠만하면 그 감독 영화들은 구할 수 있으면

다 골라보거나 신작이 나오면 관람 1순위로 매겨놓곤 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 감독들의 대강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테리 길리엄, 코엔 형제, 데이빗 린치, 데이빗 핀쳐, 데이빗 크로넨버그, 빔 벤더스, 짐 자무쉬, 기타노 다케시, 대니 보일,

쿠엔틴 타란티노, 로버트 로드리게즈, 쟝 삐에르 쥬네, 미셸 공드리,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뚜 등등..

 

그 일환으로 지난 주말에 다음 두 편의 영화들을 봤는데 둘다 개실망했다.

 

Terry Gilliam "Tideland" (2006)

 

 

일단 난 테리 길리엄의 절대 숭배자다. 그의 작품들을 다 보진 못했지만 12 몽키스부터 나의 그에 대한 숭배가 시작돼 브라질, 피셔킹,

피어 앤 로딩 인 라스베가스, 바론 문치하우젠, 그림 형제까지 다 봤다. (time bandits는 비디오 빌려보려다가 주인 아저씨랑 싸우는

바람에 홧김에 안봐버렸다. 아니 미친.. 무슨 '영화학도들이나 보는 영화'라고 그러면서 돈을 더 내래? 그런 기준이 어딨어? 미친 거

아냐) 암튼 그래서 그의 2006년도작이자 현재로서는 가장 최근작인 tideland를 봤는데..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욕을 했듯이 나도

진짜 짜증났다. 그래, 이 영화는 위에 열거한 길리엄 감독의 영화들 중 비슷한 걸 꼽아보라면 "피어 앤 로딩 인 라스베가스"라고 할 듯

싶다. 뚜렷한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 없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광기'에 가까운 영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 근데 "라스베가스" 같은

경우엔 이걸 아예 극단화시켜서 영화라기 보단 한편의 '싸이코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시각적 효과가 뚜렷했고 무엇보다 베니치오

델토로와 조니뎁이라는 명배우들의 미친 연기, 그리고 테리 길리엄 감독 특유의 독특한 미장센과 영상 기법이 빛을 발했던 영화라면, 이

영환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저 unacceptable한 상황과 진행이 안되는 스토리들로 버무려져 도저히 보고 있기가 힘든 그런 영화

였다. 아아 물론 감독의 의도를 간파 못한 건 아니다.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본 더러운 세상.. 불경스러워 보이지만 순수한 이들의 사랑..

뭐 그런 거겠지. 그래도 난 동의 못한다. 그런 걸 하려면 "판의 미로"처럼 했었어야지. 이게 뭐냐. 마지막에 기차 사고를 일으켜놓고 마침내

성공했다고 기뻐하는 꼬마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나? 순수하니까 아름답다고? 

 

Joel & Ethan Coen "Burn After Reading" (2008)

 

 

솔직히 기대를 많이 한 탓도 크다. 일단, 관전평들이 너무 좋았다. 코엔 형제식의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영화라는 식의 평들을 많이 봤다. 나 역시 '코엔식 코미디'의 절대 숭배자다. "raising arizona"와 "big lebowsky"는 아직까지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불멸의 훼이버릿 코미디 영화다. 음.. 근데 이 영화.. 사실 난 그렇다. 난 블랙 코미디의 대가라는 우디 알렌을

싫어한다. 우디 알렌의 영화를 보고 대체 뭐가 웃기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되는 편이다. 이 영화? 정말 잘 짜여진 블랙 허무 코미디

영화 맞다. 끝까지 보고 나면 쓴웃음을 지으며 '코엔 형제에게 당했다'라는 느낌이 들만큼 참 잘 만들어진 블랙 코미디다. 근데 난 이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코엔 형제에게서 기대하는 코미디는 존 굿맨을 때려눕히려다가 천장에 손을 긁혀버리는 니콜라스

케이지이며, 발바닥이 미끄러져라 열렬히 쫒는 개*끼들이고, 얼빵한 스티브 부세미와 "개까지 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심각하게 얘기

하는 토미 리 존스이며, 타임지 표지가 새겨진 거울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제프 브릿지스다. 잘 짜여진 각본과 뒷통수 치는 '똑똑한

코미디' 노~ 노~ 아니올시다다. 난 코엔 형제에게서 똑똑한 걸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알기로 코미디의 정의는 '부적절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부적절한 행동들'이라고 한다. 그런 경우에 사람들이 웃을 수 있다는 것. 예전 코엔 형제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코미디의

진가는 바로 그것이었다. 부적절한 상황에서 나오는 부적절한 행동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자. 흥겹게 멕시칸 민속 음악

을 부르던 멕시코 악단들이 피투성이가 돼 쓰러진 주인공을 보고 갑자기 기죽은 표정을 짓는다. 난 이 장면에서 정말 박장대소했다.

이게 코엔식 코미디다. 이 영화 "번 애프터 리딩"에도 딱 한 장면 있다. 배신 당해 열받은 조지 클루니가 지하실을 때려부술 때 그가

발명한 그 물건 (영화 본 사람은 안다)이 같이 위 아래로 솟구치는 장면.. 이런 것! 이게 코엔식의 코미디다. 난 이런 걸 계속 보고 싶다.

오션스 일레븐 같은 똑똑한 각본과 똑똑한 코미디? 글쎄.. 블랙 코미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최고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코엔 형제에게서 기대했던 건 난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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