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Elena [Say Hello To Every Summer] (2006, Stone Age)

tunikut 2008. 12. 22. 22:57

 

대학 시절, 푸른굴 양식장 (클럽 MP가 아니다)에 격주 일요일, 그것도 오전에 정말이지 열심히도 나갔고 굉장히 깊은 애정이 있었고 그게 최곤줄 알았던 모던록 소모임에 있을 당시 나보다 조금 늦게 가입한 모님이 계셨었는데 다소 앳되보이는 외모에 유달리 말수가 적으면서 새침스러워 보였던 분이 있었다. 그런 분위기였기에 나도 그 분과 몇마디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는데 내가 PC 통신 활동을 접고 나서 몇년 후 Cosmos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하고 앨범도 나왔다길래 .. 그 분께서 Cosmos로 활동하시는구나..’ 이랬다. 암튼 모소모는 대학 시절 나한테는 최고의 공간이었으면서 동시에 시니컬하고 새침한 인격 형성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그 곳, 그 시간, 그 공간은 언제나 나한테는 달콤한 기억이 될 것이다.) 암튼 그랬고..
 
그리고 몇 년후 한국 인디씬의 불후의 명작인 Julia Hart의 데뷔 앨범이 나왔는데 난 거기 수록된 문학선생님을 유독 좋아했다. 그 이유는 거의 메인 보컬을 담당한 게스트 에레나 정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치만 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고 진짜 얼굴 어떻게 생겼나.. 뭐 이런 것부터 막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espionne (DJ soulscape이 아니다)가 프로듀싱을 담당한 인디팝 여가수의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은? 에레나.. . 어디서 들어본 이름! 앗 바로 문학선생님의 그그리고 나서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대강의 프로필을 보니.. ‘Cosmos의 키보디스트였던 정**라는 구절에서 아…… 다시금 대학 시절의 추억이 확 살아 돌아오면서 그게 그렇게 되고 이렇게 이렇게 연결됐구나.. 라는 느낌과 함께 너무 너무 반가웠다. 앨범 표지를 자세히 보니 약간 나이가 든 그 때 그 얼굴 맞다. 그게 내가 이 앨범을 집어들게 된 계기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그렇담 이 앨범이 왜 여기에 올라와야 하나? 이게 무슨 블랙 뮤직이냐고? 맞는 말이다. 이 앨범은 흑인 음악 앨범이라기 보단 모던록 음반에 더 가깝지만 일단 espionne (DJ soulscape이 아니다)가 대다수의 곡들을 프로듀싱했고, 앨범 전체적으로 Brazillian-based pop, Samba, Bossa 스타일의 곡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갤러리에 올려봤다. (비슷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잠 출신의 SoRi 소히라는 사람도 있다.)
 
espionne의 입김이 많은 작용을 했기 때문에 짐작은 가겠지만 살살거리는 보싸/쌈바 그루브와 쎄지 않은 가벼운 비트들이 주를 이루고 거기에 잘 어울리는 에레나의 새침하면서도 소녀적인 보컬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전형적인 espionne 스타일의 “Holydaymaker”물빛의 여름도 좋지만 앨범의 문을 여는 타이틀곡은 그야말로 상쾌한 봄날 가로수 밑을 살랑살랑 걷는 느낌을 주고 이어지는 싱글 입맞춤의 Swing”은 적당한 대중성과 함께 따라부르기 좋은 멜로디감을 가지고 있다. 근데 제일 아이러니칼한 게 개인적으로 앨범 내 베스트 트랙은 정바비가 작곡한, 목소리만 정바비로 바꾸면 완전히 Julia Hart의 곡이라해도 무방한 모던록 트랙인 “Lens Flare”라는 거다.
 
암튼 간에.. 그녀는 물론이고 Julia Hart, espionne의 팬들까지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앨범이다. 2집을 기대하지만 왠지 내 예상에 2집은 좀 어두워지거나 스트레이트한 록이 될 것 같기도 하다

 

2007/05/16 (수)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