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Sol Flower [10 Million Ways To Live] (2004, Yejeon)

tunikut 2008. 12. 22. 22:54

 

최근에 이 갤러리에 올라옴직한 앨범들을 많이 들었다. 근데 그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구입한 이 앨범은 정말이지 들으면서도

입이 근질근질 거려서 얼른 여기에 끄적끄적 써본다.

 

그녀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검색창을 이용하면 될 것이지만 정작 이 앨범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좋은

평을 받은 앨범이라고는 하는데 별로 성공을 못거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지면을 빌어 침이 마르도록 '이 앨범 진짜 좋다'라고

막 써갈기고픈 심정만 든다. 글쎄.. 내가 너무 호들갑일까.. 어제 로밍 플레이리스트를 쓰면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로 지친 나의 어깨와 귓가를 위로해주었다. 그래.. 솔직히 최근에 삶의 의욕을 잠시 잃었었다.

 

앨범을 플레이하면 귓가를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어쿠스틱으로 인트로를 열며 이내 덥의 영향을 받은 베이스 그루브와 함께 따사로운

느낌의 비트가 울리며 그 비트 위를 가소롭다는 듯이 여유롭게, 약간 걸걸한 톤으로 버려진 아이들, 입양아에 대해 노래하는 "Kiss

The Kids"가 흐른다. 그러나 가사 중에는 "버려지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가슴 아플 수"도 있다는 범인류애적인 메세지도 놓치지

않는다. 오.. 진지하다. 다소 앳되고 귀여운 외모와 실루엣의 그녀가 사랑 타령만 하는 요새 여가수 같지 않게 여유로운 목소리에 비트

를 타며 입양아에 대해 노래한다. 벌써 이미지부터가 다르지 않나? 근데 또 앨범 속지에도 입양아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려놨다.

이쯤되면 이 사람 데뷔 앨범 낼 때 마음가짐이 제법 남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런 포스 말이다.. 앨범 내 베스트 트랙인

"세상, 그 중심의 나"나 "내게 소중한 작은 일도"의 미드템포 알앤비팝에 담긴 긍정적이고 건강하며 희망적인 가사는 나처럼 삶의 의욕

을 잃은 순간에 '아니야..'라는 insight를 되찾게 해준다. 게다가 앨범 타이틀도 봐라. "살아가는 천만가지 방법"이라니.. 예전에 꽤나

인기 있던 헤비메틀 밴드인 Megadeth의 "99 Ways To Die"를 아예 비꼬아버리는 것 같지 않나? 그래.. 죽기 위한 99가지 방법이 있다면

반대로 살기 위한 천만 가지 방법이 있단다.. 허허 참. 박선주가 참여한 "Mother"같은 경우는 또 어떠한가? 누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담긴 가사를 이토록 감칠맛 나는 재즈 보컬이 곁들어진 애시드-팝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말이다. 뮤트 트럼펫이 제법 그럴싸한 재즈

분위기를 내주는 "Four Seasons"나 아예 막바지에 포-온-더 플로어 하우스 비트로 달려주는 "여자의 이름으로"까지 이르면 나같은

청자들은 ㅈㅈㅆㄷ. 게다가 그녀의 목소리 역시 살짝 허스키한 임정희의 그것을 연상시키는데 내가 또 임정희의 팬이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목소리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Loptimist의 이번 앨범을 들은 사람도 좀 있을 것 같은데 거기 수록된 "85

Paradise"도 좋지 않았나?

 

좋다. 이 앨범. 정말 잘 만든 좋은 앨범이다. 카피 문구에서는 '본격적인 네오-소울을 추구한 여가수'라고 하는데 뭐 틀린 표현 같지는

않다. 알리샤 키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임정희도 그랬지만.. 아니 뭐 근데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고 사랑 타령과 꺾는 창법으로 대표

되는 한국 알앤비계에 제대로 된 음악을 가지고 나타난, 그렇다고 너무 그 소울이 깊어 국내 정서에 어긋나지도 않는, 흑인 음악을 모르는

대중들의 귀까지도 즐겁게 해줄만한 멜로디를 지닌, 듣기도 좋으면서 퀄리티도 높은 그런 앨범인 셈이다. 꼭 사길 바란다.

 

P.S. 작년에 발매된 그녀의 새 싱글을 아직 구입하진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들어본 바로는 진짜 개실망이다. 나름 포부와 '뜻'을 갖고

발매한 이 앨범이 저조한 판매를 보이자 대중과의 타협을 위해 뽕끼섞인 사랑 노래를 가지고 나오긴 했는데.. 그녀 역시 작년에 인터뷰

에서 "1집 때는 사람들이 음악이 너무 어렵다고 해서 이번엔 쉬운 걸로 했는데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하던데 제발 안괜찮길 바란다.

 

2007/05/10 (목)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