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극동

tunikut 2012. 9. 16. 23:21

 

그것은 뿌옇다. 그리고 두렵다. 혼자이기 때문에. 탁하다. 먼지가 날린다. 안개는 없었고, 날씨도 화창했지만 왠지 자욱했다.

그것으로 나가는 길은 지하철 출구였다. 극동.. 극동.. 극동..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빨간 글씨도 있었고 파란 글씨

도 있었다. 왜 그곳이 극동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왜 그곳을 가봤던 건지, 왜 그곳을 다시는 갈 수 없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곳이 극동이었다. 왜 어린 나는 혼자 이곳 극동에 왔을까. 왜 이곳이 극동일까. 극동방송, 극동대학교. 모두 이곳에 있는 게

아닌데. 그렇지만 모래 바람이 날리고 아무도 없었던, 너무도 조용했던 그 지하철 출구. 어린 시절의 나 홀로 갔다 온 그 곳은

분명 극동이었다. 지하철 출구를 모두 빠져나온 나는 그 조용한 골목 언덕을 흠칫 바라보고 다시 계단을 내려왔다. 그곳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거기가 어딘지는 분명치 않지만, 왜 나 혼자, 왜 그 지하철역을 올라갔다가, 흠칫 쳐다보고 왜 다시 내려

봤는지, 왜 나는 그곳이 극동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극동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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