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예 웨스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참 복잡하다. 내 머리를 가장 복잡하게 하는 뮤지션이야 말로 칸예다. 난 말이다. 그를 매우 저평가 해왔었다. 콜리지 드랍파웃 시절과 커먼 비 앨범에서의 하이피치 소울샘플 프로듀싱을 누구보다도 혐오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alchemst의 인스트루멘틀 앨범을 샘플로 들었는데 전곡을 하이피치 소울샘플 이용한 비트로 채워서 이런 미친.. 이랬던 기억이..) 그리고 레잇 레지스트레이션도 오케스트레이션을 이용해서 꽤 잘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였는데 개인적으론 너무 지루한 앨범이었다. 드랍 슬로우 호미가 특이하다고 해도 사실 완전 포티스헤드 이미테이션 아닌가 말이다. 칸예는 방대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힙합 안에 이런 요소들을 녹아들이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기도 하겠지만 힙합만 듣는 게 아니고 이런 저런 음악들을 다양하게 찾아듣는 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닥 신선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쥬에이션 앨범은 그간 들어왔던 칸예의 앨범들 중에 제일 좋게 들었다. 팔공팔스 앤 핫브레이크도 좋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윌아엠의 쏭스 어바웃 걸스를 너무 좋게 들은 나로선 그 앨범의 환영이 나타나는 걸 뿌리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신보가 나왔다. 아직 들어보진 않았는데 캐나다반 딜럭스 에디션으로 주문해서 지금 날라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에피타이저격인 굿 후라이데이 곡들을 들어보면 이번에는 완전한 맥시멀리즘으로 - 마치 전성기의 퀸시 존스가 그랬듯이 - 방향을 돌린 것 같은데 아마도 레잇 레지스트레이션에서의 아이디어를 좀더 확장시켰으리라 예측된다. 굿 후라이데이를 들으면서 맥시멀리즘과 노이즈라는 키워드를 구상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힙합 안의 영역에서는 멋진 시도다. 하지만 좀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여기저기서 빌려왔다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괴롭다. 물론 마이 뷰티플 다크 트위스티드 환타지 앨범이 도착해서 수차례 돌려보면 또 내 느낌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현재로선 뭐 그렇다.
요는, 인정해줘야돼 말아야돼? 뭐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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