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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ming play list

October 2009 Roaming Play List

tunikut 2009. 11. 2. 10:47

 

지소 옆에 있는 중국집엘 가서 짬뽕을 시켰다. 국물을 한숟가락 떠먹고 홍합 2개를 먹었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려고

하던 찰나, 한 홍합 안에 들어있는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양옆으로 다리가 4개 정도씩 달린 머리 가슴 배가 구분되어지는

벌레 형태의 물체였다. '배'부분이 투명한 점이 약간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난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거미'라고 생각했고

조용히 주인 아주머니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아주머니는 보자마자 '아.. 이거 바다에서 들어간 것 같은데..'하면서 실장

님께 보여준다고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고 ("죄송하다"란 말도 없이) 난 짬뽕 안에서 그런 걸 발견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어

서 아주머니한테 "그냥, 안먹은 걸로 할께요" 라고 말하고 나와버렸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한 3시쯤 됐을까.. 그 중국집 사장님이 지소로 찾아오셨다. 난 처음에 나한테 사과를 하러 온 줄 알았다.

근데 왠걸.. 아까 그걸 가지고 오더니 다짜고짜 나한테 항의를 하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거미입니까. 게지 이게!!" 그러면서

퍼붇는다. 옆에 다른 직원도 있는 앞에서.. 그러면서 지금 나 뿐만 아니라 주방에 있는 실장님은 더욱 화가 많이 났다면서

중국집에 다시 와서 나더러 실장님한테 사과를 하란다. 난 기겁했다.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진짜 거미가 아니라 '새끼

바다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벌레 혐오증이 있는 내가 그걸 보고 과민반응을 보였을 수 있고.. (근데 지금 생각해도 짬뽕 안

에 들어있는 그 다리 달린 모습은 떠올리기도 싫다. 정말 그게 '게'였다고 하더라도.) 나한텐 그게 거미인지 게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소비자로서 맛있는 짬뽕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고 그것에 대한 주인으로부터 심심한 사과는 커녕 오히

려 날 비난하고 몰아세우고 '아직도 이게 거미라고 생각하냐'는 둥.. '그래서 게라고 인정을 아직도 못하는 거냐'는 둥..

'우리가 뭘 잘못한 게 있어야지 사과를 하지! 하늘에 한점 부끄러운 것 없다'는 둥.. 그 사장과 아주머니와 실장이라는 사람이

돌아가면서 나한테 맹렬히 퍼붓는다. 짬뽕을 맛있게 먹으려다가 그런 경험을 한 내가 '컴플레인'하는 걸 그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과민하고 다른 사람들 다 '게'라고 하는데 혼자서만 '거미'라고 생각한다고 웃긴 사람 취급을 한다. 심지어는 나더러

'그런 식이라면 어느 식당엘 가도 맛있게 식사를 못할거다. 아니, 오히려 그 식당 주인에게 피해만 입힐 거다'러는 인신공격

까지 한다.

 

셋이서 쏘아붙이는 앞에서 처음엔 나도 소리 높여 항의를 해봤지만 더 이상 말도 통하지 않고 계속할 필요 조차 없을 것 같아

'그래 알았다. 내가 오해했다. 미안하다'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난 정말 놀랐다. 어찌 그렇게 뻔뻔스럽게 장사를 할 수 있는지..

그 동안 우리 지소에서 팔아준 게 얼마고, 이 조그만 시골 마을의 그 집은 유일한 중국집이고 우린 유일한 보건지소인데.. 앞으로

전혀 안볼 사이도 아닌데.. 어쩌면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내가 잘못한 건가? 새끼게를 거미로 오인한 내가

소란을 피우고 혼자 원맨쇼를 해서 그 집 주방장의 자존심을 무너뜨려놔서 내가 그 중국집에 다시 쫒아가서 사과를 해야 한단

말인가?

 

서비스업과 소비자라는 게 있다. 그래, 물론 그 중국집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나 역시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입장

에서.. 그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진료한 환자가 내 진료가 잘못됐다고 나에게 항의를 한다. 난 분명 소신껏 진료를

했다. 그럼 우선 먼저..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환자에게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하던가, 뭐 환자에게 사과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진료는 이러이러했기 때문에 소신껏 한거다라고 해명까지는 할 수 있다. 거기까지다. 근데 나에게 컴플레인했던

환자에게 '내 소신있는 진료를 몰라줬다고' 오히려 '사과해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 환자는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자기 딴에도

뭔가 불만이 있어 컴플레인을 했고 의사가 해명을 해서 이해가 됐다면 그냥 그렇게 끝나는 거지, 그리고 사과를 한다면 의사가 먼저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한 후 해명을 하고 마지막에 환자가 "아 저도 오해를 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돼야 대화가 끝나는 것이다. 내가 그 중국집에 바란 것도 그거다. 주인이 먼저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한 마디만 했었어도,

난 곧바로 "아닙니다, 제가 오해를 한 것 같군요. 저도 죄송합니다"라고 훈훈하게 끝났을 거다. 그래서 심지어 난 그 주인에게 먼저

사과를 하면 나도 오해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겠다고 했으나 막무가내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당신에게 사과를 하냐"는 거다.

 

정말 나만의 잘못인가? 속상한 마음에 집으로 오면서 The Roots의 "Phrenology"를 들으니 스트레스 해소가 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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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J Dilla - Ruff Draft
10/05: J Dilla - Ruff D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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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Drunken Tiger - one Is Not A Lonely Word
10/08: Iida Katsuaki/Ryu Hankil - Selected Poems With Clock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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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J Dilla - The Sh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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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The Roots - Things Fall A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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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The Roots - Game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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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Verbal Jint - Favo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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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Verbal Jint with Delly Boi - The Good Die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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