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고루한 놈들

tunikut 2009. 2. 16. 14:33

 

 

 

어제 밤을 새서 그런지 좀 예민한 기분에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난 여기다 쓸랜다. 어디 저기 다 쓰기엔 귀찮다.

 

일단 chronology를 좀 보자. 음악취향Y 인터뷰에서 VJ, 산이, 로보토미는 주된 것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가치관과 스타일과 방법론 등에 대해 꽤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과정에서 VJ가 노골적으로 유엠씨와 배치기를 깠다. 그리고 인터뷰어가 디지를 깠다. 음악이 구리다고. 나도 그 인터뷰를 읽으면서 '어 저런 실명 거론은 파장이 클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뒤 어드스피치의 싸이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여기서 대다수가 착각하는 점이 '어드스피치가 VJ를 깠다'라는데에 한정시키고 있는데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VJ에 대한 실망감, VJ에 대한 디스'보다는 '오버클래스라는 크루에 대한 혐오감과 비아냥'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함 보자.

 

"아 거지 같은 인터뷰들. 꼴사납네. 난 더럽고 짜증나서 그만두고 싶은데.. 존경스러웠던 사람이건, 쓰레기 같은 아가들이건... 더럽게 맘에 안드는 놈들이 너무 많아서 펜을 놓을수가 없어..뭐 물론 또 잡아봐야...계네랑 똑같이 존나 생짜 그대로 적나라하게 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나버리겟지.. 어이구....그정도 자신감은 연아킴정도 되야 부리는거 아니냐? 체계없던 사회에 체계를 던진 용감한 작은 돌멩이가, 모레알 몇개 모아서 무슨 체계의 건축물이나 된거 같이 떠드는데, 미안하지만 어떤 방면으로든 체계를 무너뜨리는 사람이 진짜 오버클래스야. 선구자적인 음악? 전통적인 방법론? 진짜 택하고 싶은게 뭐야? 아무리 신식 사고와 신식음악으로 덤벼봤자 아예 새로운건 무서워서 못하겟는 인간들이. 왜 노이즈를 내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아니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지금 이러는 너는, 내가 좋아라 했던 형이라 이해하겠는데, 뭐 사람은 다 그런 심리를 가지고 사니까.. 근데 그게 좀 숨겨져 있어야 하는데.. 니 본심을 모르고 널 추종하는 어린아이들을 용서할수가 없네. 게다가 상대적인 잣대와 절대적인 잣대를 지맘대로 붙이는 철부지 녀석이 또 굽신굽신 어시스트까지 해주는 글을 보니까 참...구지 이렇게 말안해도 되는거긴 한데, 난 이제 형이 좀 싫다."

 

그리고 스윙스의 디스곡이 발표됐다. 많은 이들이 스윙스가 VJ를 너무 존경해서, VJ의 꼬봉이라서 뚜껑 열려 열혈 디스곡을 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게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나름대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크루가 저렇게 비아냥 당하고 개차반 취급 받으니 당연히 열받지 않을까? 내가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동아리에 있다고 치자. 나름대로 바이올린 연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근데 나랑 알고 지내고 가끔 술도 마시던 밴드부 형이 어느날 학교 게시판에 '바이올린 동아리놈들 니를 뭐하자는 놈들이야? 지들이 바이올린한다고 아주 고상한 척 하는데.. 아주 거지같고 더럽게 맘에 안드는 놈들. 그리고 그 동아리회장을 추종하는 쓰레기같은 아가들을 용서할 수가 없군'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치자. 내 기분이 어떨까? <- 이게 스윙스의 기분이었다.

 

가만히 참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디스곡을 발표하게 됐고, 디스곡의 특성상 '실력'을 주제로 놓고 자신의 실력이 어드스피치보다 위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훌륭한 디스곡을 만들었다. 자, 여기까지다. 이게 잘못인가? 이게 스윙스가 사과할 일인가?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근데 그 디스곡을 듣고 어드스피치의 맞디스곡이 나왔는데 이건 디스곡이라기보단 협박과 욕이 뒤섞인 울부짖음 밖에 안된다. "너 죽인다, 이 병신아" 이게 다다. 당연히 스윙스는 익숙한 방식대로 또 다시 잘 만들어진 디스곡을 내놓았고 그 일이 있은 얼마뒤 어드스피치의 측근들로부터 '너 분명히 후회할 거다'는 식의 반협박과 다구리 비슷한 이지매를 당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리스너들 역시 스윙스가 사과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 더 많아 보인다. 참.. 정말. 내가 지난 4년간 직장 생활하면서 느꼈던 울분과 부당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내 블로그에 보면 예전에 "이것저것"이라는 제목의 글과 "roaming play list"를 보다보면 직장 생활하면서 느꼈던 울분 섞인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이게 지금 바로 스윙스가 느끼고 있는 울분과 비슷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분명히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에게 주어진 상황들은 부당하다. 내 주변에 있던 동료들도 이걸 부당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같이 모여서 이 부당함을 없애자고 했다. 어떻게 하면 이 부당함을 없앨 수 있을까 방법도 서로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그걸 터뜨렸다. 대놓고 우두머리들에게 이게 부당하니 난 못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난 우두머리에게 한대 얻어 맞았고 직장 내에서 완전 내동댕이쳐졌다. 자, 이런 처지다. 그럼 나와 같이 그 부당함을 논하던 내 '동료'들은? 자 여기서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다. 그들 역시 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내가 잘못했다고 한다. 어서 사과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우두머리들의 동료이자 내 앞길을 먼저 걸어가신 선배님들 모두 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냐고. 그리고 나에 대한 악소문들은 점점 더 부풀려진다. 더욱더 소문이 더 퍼진다. 그 전에 나와 같이 부당함을 논하던 옛동료들은 우두머리들과 우두머리들의 동료들, 선배들에게 좀더 잘보이기 위해 지랄들을 떤다. 똥구멍이락도 핥을 기세다. 그럴 수록 난 더더욱 그들과 멀어졌다.

 

수술 중이다. 직장-요도 누공 환자의 누공 제거술이다. 나보다 훨씬 선배이자 연배가 높으신 외과 교수님과 조인트로 수술을 하고 있다. 누공을 제거하고 요도를 문합했다. 외과 교수님은 직장을 문합했다. 그 다음 나와 교수님의 의견이 갈라진다. fat interposition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교수님은 그럴 필요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한마디 더했다간 졸라 혼날 기세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난 수술을 중단하고 나와야했다. 수술 한달 뒤 그 환자는 요도-피부 누공이 생겨서 외과에 입원했고 즉시 우리과로 전과됐다. 후에 진균 요로 감염과 피부 누공의 합병증으로 우리과에 1달을 입원해야 했다.

 

이게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선후배 문화다. 정말 지겹도록 대단하고 대단하게 지겹다. 윗사람에게 단 한마디도 못하는 우리나라.. 윗사람에겐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도 못펴는 나라.. 그랬다간 내 앞길 자체가 막혀버리는 나라.. 1세대를 존중하라고? 앞길을 먼저 가신 선배들을 존경하라고?

 

또 이번 사건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건 '튀는 놈은 다구리'라는 지독한 이지매판이다. 자기 싸이에 저 글을 쓰던 어드스피치의 심리로 들어가볼까? 저 말을 하게 된 기저에는 평소부터 '오버클래스'라는 크루에 대해 굉장히 안좋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느껴진다. 그렇게 꼴같잖게 잘난척만 하던 놈들끼리 모여서 잘난척만 하는 것 같은 인터뷰를 하는 꼴들을 보니 역함을 느낀 거다. 그 감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대중들에게 공개해버린 것. 근데 그거 아나? 연아킴 정도 돼야 자신감을 부리는 거 아니냐는 표현에는 그 내부에 니들보다 더 잘난 존재가 있음을 언급함으로써 니들은 거봐 그것밖에 안된다고 깔아뭉개면서도 나 역시 연아킴으로 대표되는 그 잘난 절대 존재 앞에서는 낮은 존재임을 인식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는 남에게 지는 게 굉장히 싫은데 나보다 잘난 '것 같은' 놈들이 나와 잘난척을 해대니까 되지도 않는 더 잘난 상대를 데리고 와서 거봐 니들은 그거밖에 안된다는 식으로 깔아뭉개는 거다. 아주 치졸하고 고루한 하향평준화에 익숙한 우리네 인습이 나타나는 거다. 예를 들어보자. 난 강북에 사는데 강남에 사는 애들이 잘난척을 한다. 난 강북에 살지만 잘났다고 생각하고 잘나고 싶다. 근데 강남애들한테 위화감이 느껴지고 자존심이 상한다. 어찌됐든 그들을 깔아 뭉개야 내 기분이 좀 살 것 같다. 그래서 이런다. 니들이 강남에 산다고 무슨 대단한 곳에서 산다고 착각하는가 본데, 그래봤자 니들은 후진국 대한민국민이야.. 적어도 미국이나 유럽 같은데 살아야 좋은 데 산다고 할 수 있지.. <- 이렇게 찌질한 생각과 뭐가 다른가? 뭐 비슷한 예는 수도 없이 들 수 있다. 한 시골 고등학교에 다니는 반에서 3등 하는 애가 맨날 반에서 1등도 하면서 전교 1등 하는 애 보고 지가 그래봤자 시골학교 1등이지, 서울 명문 특목고 정도는 다녀야 우등생이라고 할 수 있지.. 바로 이 논리.. 젠장.

 

그리고 그 논리에 달라붙어 우후죽순 그 '튀는 놈과 놈들'을 다구리시켜버려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고루한 논리들.. 이제 지겹다 이젠.

 

 

 

 

 

 

 

'no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Timeline of Hip Hop with Critical and Notable Albums   (0) 2009.03.18
이것저것 8   (0) 2009.03.15
10년 동안 짜증난다.  (0) 2009.02.16
블로그 이사를 종료하다.  (0) 2008.12.26
간만에   (0) 2008.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