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조언

tunikut 2014. 11. 13. 12:27





미국에 먼저 건너간 한국 의사가 미국행을 결심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의사에게 조언이랍시고, 


"선생님, 왜 반드시 미국에 가야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십시요.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요. 미국 생활 그 자체도 험난한 고난의 연속입니다. 매치가 끝이라고 생각하시죠? 아닙니다. 매치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라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는 마치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에게 "대학에 들어가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아, 인생의 고난은 이제 시작이야."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조언들은 '이룬 자의 허세'에 불과하며 위선의 극치이고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조언 중에 하나다. 미국행을 결심한 한국 의사와 고3 수험생들이 겪고 있는 고민은 '그게 끝'이기 때문이다. 맞다. 수험생들에게 '수능'은 '끝'이다. 미국행을 결심한 의사에게 '매치'는 '끝'이다. 더군다나 그 '절실함'을 겪어본 자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니 그 잔인함과 악마스러움에 치가 떨린다. 


그들에게 그 당장의 목표는 '끝'이 맞다. 절대 시작이 아니다. 그걸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아무도 없을 거다. 미국으로 이민가서 자리를 잡은 한국 의사들 중에 '절대로 미국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있어서 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냥 가고 싶어서 간 거다. 미국을 왜 가냐고? 그냥 가고 싶어서다. 수능을 왜 잘 보길 바라냐고? 대학에 가고 싶으니까. 그 이상의 이유가 있나? 미국에 가려고 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고,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고 심지어 말로 꺼내지 못할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미국의 '고용주'는 물을 수 있다. 왜 미국에 오려고 하냐고. 그건 당연하다. 안물어 보는 게 이상한 거다. 속으로 어떤 대답이 나올 줄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그래도 미국의 고용주는 그걸 물을 수 밖에 없다. 그걸 안묻는 게 오히려 고 고용주를 이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린 '고용주에게 대답하기 위한' 적절한 이유를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어째서 같은 길을 걸은 사람이 그런 조언을 할까? 그건 조언이 아니고, 학대에 가깝다. 도전 자체도 너무 힘들고 큰 고난인데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이유에 대해 또 다른 고민을 해야할까? 이유는 없다. 그냥 가고 싶어서. 그냥 하고 싶어서. 그거면 충분하다. 고민하지 마라. 

그 이후의 인생의 험난함? 그건 옆에서 걱정해줄 사안이 아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자신이 직접 겪고 느끼고 책임지면 그만이다. 심지어 도전을 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 속에는, 그것을 이룬 이후에 자신에게 닥칠 그 어떠한 고난 조차도 달콤하다. 


도전하는 이들아! 당신의 모든 도전은 숭고한 거다. 거기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당신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그 이유. 그게 이유다. 그리고 당신의 그 이유는 당신이 당연히 가질 권리가 있고 침해 받아서도 안되는 소중한 것이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도전은 끝이 맞다. 그거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 거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또 그러고 있으니까. 기운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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