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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 [Magic] (2021, Mass Appeal)

tunikut 2021. 12. 31. 13:19

 

킹스디지즈2가 나왔을 때 그 시기적 뜬금없음에 아니 무슨 지금 돈다가 나오냐 마냐 하는 마당에 나스형 뭐 어쩌자고 뭐 그래서 뭐! 이러다가 '어씨 뭐야 이 좋음은..'이라는 결론에 이르른 것에 놀랐는데도 아직까지는 나스의 행보에 조금은 조심스러운 감이 없지않아 있는데 이건 마치 무슨 고3 수험생 둔 부모 마음과 같아서 지난 번에 잘했는데 자 이번에도 잘 하자.. 하는 왠지모를 희망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게 나스의 디스코그래피라고 할 수 있겠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또 뜬금 없이 매직을 발표한다고 해서 '아ㅆ 뭘 또 안해도 되는 걸 괜히 또..' 이런 마음이 앞섰으나. 

 

간만의 가족 여행 중이어서 막상 이브에 이게 딱 나왔을 때는 듣지 못하고 각종 게시판 눈팅만 하다가 그 엇갈리지 않는 유니버살 호평에 존나 하잎트돼서 얼른 여행 끝나고 이걸 듣고 막 잠을 설칠 정도로 흥분이 돼서 이걸 유투브에 할까 블로그에 쓸까 고민하다가 내 블로그가 단순히 내 유투브 영상들을 모아놓는 창고용으로 전락하는 게 싫어서 그래도 내 근본은 여기!라는 굳건한 신념으로 정말 오랫만에 끄적거려본다.

 

일단 딱 듣고 몇개 유사한 앨범들이 떠올랐는데 내 생각에 그닥 큰 고민 없이 상당히 스트레잇포워드한 심신 상태로 이걸 만들었을 나스의 접근 방식을 생각해보니 에미넴이 카미카제 만들었을 때가 떠올랐는데 논란의 소지는 있었으나 개인적으론 힘을 오히려 빼고 만든 엠의 그 앨범을 무지하게 환영한 편이어서 (오히려 그 다음작 mtbmb를 난 싫어했지 본 블로그 글 참고), 역시 비슷하게 그냥 크리스마스 선물식으로 '걍' 만든 이 앨범 역시 그런 식으로 나에게 다가왔다는 후문이다. 뭐든지 힘을 빼야 된다 뭐든지. 

 

라이프 이즈 굳에서도 그런 식의 메세지를 던진 적이 있다시피 나스는 자기를 사랑하는 팬층이 어떤 사람들이란 걸 상당히 잘 알고 있고 그 사람들을 어떻게 좀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나름의 의무감 같은 게 항상 있어왔지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그 대상에 바로 해당되는 나같은 붐뱁충한테는 진정한 의미의 크리스마스 매직 선물이 아닐까 싶다. 

 

들으면서 자꾸만 미소가 지어졌는데 참 어떻게 보면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정통'으로 아예 정면 승부를 했고, 사운드나 랩이나 가사나 할 거 없이 대놓고 90년대 뉴욕 스타일을 그냥 제대로 쫙 뽑아줬다는 점에서 듣고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고 관심 없는 사람은 패스해도 좋다는 어떤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달까? 아무래도 지금 나스는 킹스디지즈1과 2를 거치면서 거의 그 자신감이 다시금 최고조에 이르렀지 않았나 싶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기조' 역시도 제이지의 어떤 물질주의적인 브라가도시오에 정반하는, 어떤 '의식적 존재'로서의 브라가도시오는 나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리리시즘이 아닐까 싶다. meet joe black에서 "퀸스 브릿지에서 모든 체인을 다 만들었는데 내가 왜 굳이 그 체인을 다시 걸겠어?" 라는, 또 "남들 다 말하는 거 이미 내가 다 말한 거야, 그 예언들 다 내 머릿속에 이미 있던 거"라는 그 자신감 봐라. 40-16 building에서 "기상예보에서 폭우가 내린다는데 난 거길 스케이트 타고 나가지롱"하는 뭐 그런 거. 거참.. 또 볼까? hollywood gangsta에서 "난 그 헐리우드 애들과 정 반대야. 금수저도 날 제대로 먹이진 못했지. 난 탑 위에 있고 사람들을 놀래키거든"이라는 완전 형이상학적인 이 브라가도시오를 듣고 있자면 괜시리 울적한 마음도 가셔버린다. 거기에 ugly 같은 곡에서 막 "구름이 광대 얼굴이 돼서 눈물이 떨어지고.." 하는 등의 정말 나스다운 시적인 가사들은 덤이다. 그런 가사들을 내뱉는 나스의 랩은 말할 것도 없다. 나스에게 참 고마운 게 그 랩이나 보이스톤이 참 한결 같다는 거다. 90년대 이후로 얼마나 우리가 이렇게 제대로 된 붐뱁에 아주 빡세고 찰지게 랩하는 나스를 보고 싶었나? 나스의 이 훌륭한 목소리 관리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연구 증례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나스와 힛보이의 케미에서 부부의 인연을 빼면 0이 된다 (get it?).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끄집어내는 역할이랄까? 정말이지 다정한 원앙새 한쌍을 보는 느낌인데, 괜히 wave gods에서 우린 마치 new gang starr같지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저 말도 아무나 하면 아니 무슨 어디 감히 갱스타 형님들 이름을 같다 붙여! 하겠지만 나스가 하니 오 그럴 만 하군 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거 아니지 싶고, 프리모가 그 곡을 프로듀스했으니 간접적 인증임). 힛보이가 만들어내는 살짝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듯한 붐뱁은 물론 완전 초초초개지랄골수 90년대 붐뱁 매니아들 (막 knumb snatcha 이런 거 듣는 분들)에게는 좀 싱겁게 들릴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예전이나 요즘 세대들에게 잘 어필하지 않을까 싶고, ugly나 wu for the children 같은 데서 느껴지는, 요새 그리셀다나 알케미스트 형 같은 분들이 잘 쓰는 "부드러운 드럼 없는 붐뱁"까지 선보이는데 그런데 또 힛보이가 누군가? 트랩하면 또 아쉬울 거 없이 막 플레이보이 카티하고 작업하고 막 난리나는 이런 분 아닌가? 힛보이. 그래 니 혼자 다 해먹어라. 

 

어떻게 참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수록곡 9곡이 참 짝 간결하고 하나도 버릴 곡 없이 깔끔하게 다 좋을까? 들으면서 자꾸만 그런 면에서 프레디 깁스랑 알케미스트의 알프레도 앨범하고 비슷한 정도의 만족감을 느꼈다. 특히나 위에 말했다시피 프리모가 프로듀스한 (힛보이와 공동 프로듀스라고는 돼있지만 아무래도..) wave gods는 사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스 팬들에게는 감동일 뿐이다. 우리가 nas is like 이후로 제대로 프리모 비트와 스크래치에 빡쎄게 랩하는 나스를 얼마나 보고 싶었냐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the truth의 그 진짜 내 목 다 꺾어버릴 듯한 head-babbing 붐뱁은 아.. 진짜.. 열심히 듣고 물리치료 받을 치료비가 안아깝다. 

 

뭐 이 앨범이 완전히 서사가 갖춰진 훌륭한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 앨범은 '걍' 만든 앨범이다. 뭐 이피가 될 수도 있고 미니앨범이 될 수도 있고... 사실 나스가 뭔 짓을 해도 illmatic을 못넘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우리 머릿속에 뭔가를 가둬버린 족쇄가 아닐까? illmatic이 멋진 건 사실이지만 어떤 시대성과 뭐 이런 걸 다 따졌을 때 그렇다는 거지 솔직히 이 정도 퀄리티의 앨범을 나스가 내놓았는데 이 정도면 물론 illmatic의 어떤 굵직한 위치를 넘어서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챔피언 illmatic에 도전장을 건낼 수준은 되지 않겠나라는 말을 끝으로 남겨본다. 존나 멋지다 나스 그리고 힛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