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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nem [Music To Be Murdered By: Side B] (2020, Shady/Aftermath/Interscope)

tunikut 2021. 1. 6. 15:48

 

 

뭐 아무튼 그래서 에미넴이라는 아티스트는 쭉 지켜봐온 결과에 의하면 본인 앨범의 결과가 자신의 아티스트적 감성에 부합하는지 여부보다 그것이 대중들 (헤이러, 크리틱 포함)에게 어떻게 평가되는지에 꽤 민감한 것 같다. 마치 앨범에 대한 평가에 따라 다음 앨범을 주조해나가는 도자기 장인 같기도 하다. 그 역시도 인정을 하는 게 여러 인터뷰에서 릴랩스가 구렸기때문에 리커버리가 나왔고 라바이벌이 구렸기 때문에 카미카지가 나왔다고 하지 않나? 쭉 i don't give a fuck을 모토로 살아온 에미넴치고는 좀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는 하지만 난 스탠임. 엠형 멋쪙!). 사실 뭐 그게 잘못된 건 아니고 these demons 가사에도 나오듯이 도대체 나보고 뭐 이러라는 건지 저러라는 건지 뭐하라는 거냐 썅의 정신상태로 지금까지 앨범을 주조해왔다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앨범이 반가웠던 건 그런 것들이 이제 좀 중심이 잡힌 모습을 보여줬달까. 이에 대한 건 말미에 부연하기로 하고.

좆나게 할 말이 많지만 어떻게 축약할지 좆빠지게 고민을 해보면 어차피 내 좆은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으니 그냥 진행해보도록 하자. 좀 길어질 듯.

우선은 이 블로그에 보면 내가 지난번 사이드에이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미넴 앨범에 혹평을 부여했는데 (리바이벌은 난 사람 취급을 안함) 내가 에미넴이 이 블로그의 리뷰를 구글 번역기 돌려서 읽어봤다고 확신하는 게 어쩌면 그렇게 그 리뷰에서 왜 내가 사이드에이에 실망했는지 지적한 부분을 마치 보라는 듯이 고쳐놨기 때문이다.

자. 첫째. 사이드에이는 존나 corny했다. 펀치라인이라고 아님 나름 개그코드라고 쓴 것들이 무슨 아재 개그를 넘어서 신석기 시대 이전 hunter-gatherer들도 열매 따먹다가 오글거리게 할만한 것들이었다면 이번엔 그런 구석 없이 제법 메익센스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는 거고 괜시리 피식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꽤 있다는 거다. 뭐 예를 들어서 alfred's theme에서 샅보대 차고 불알을 잘 담았지만 다시 한번 털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게 안그래도 느릿느릿 "명랑"한 비트 때문에도 그렇지만 영락없이 my name is를 떠올리게 만든다. 난 these demons에서 퍼라이어랑 라임이 맞는 게 뭐죠? 음.. 레고? (젠장) 부분은 들을 때마다 웃는다. My dick's acronym cause it stands for you도 들을 때마다 피식한다.

그렇고 둘째. 내가 사이드에이에서 가장 불평했던 부분은 무슨 세상에 앨범 타이틀은 당신을 살해할 음악이라면서 내용은 무슨 그런 컨셉은 거의 없고 이러저런 심각했다 뜬금없다가를 반복했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통일감 없는 앨범을 증오하는 편이다. 근데 이 앨범은 정말 정말 정말 놀랍게도 (그리고 박수 쳐주고 싶게도) 에미넴이  잘 참았다. 각기 다른 테마나 주제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슬림 셰이디적' 태도를 앨범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팽팽하고 신기할 정도로 매우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 진짜 잘 참았다 에미넴 이번에. 뭐 예를 들어 black magic도 남녀 관계를 얘기하지만 끝에 가서 죽이고 파묻어버리질 않나, 어떤 곡인지는 까먹었는데 분명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인데 그걸 코믹한 분위기로 처리한 것도 양락없는 slim shady lp시절의 에미넴이다. 음악을 의인화시켜 애와 증을 노래한 favorite bitch와 guns blazing도 결국에는 진지함 싹 걷어내고 슬림 셰이디 스타일로 깔끔하게 처리한 것도 맘에 든다. 뭐 그밖에 나머지 장난없는 곡들은 말할 필요도 없이 셰이디다.

자 그리고 마지막 셋째. 랩톤. 판타노씨는 이걸 "constipated"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딱 맞는 말이다. 뭐 rap god에서 따다다다따다다다에 맛을 들인 이후로 카미카지나 사이드에이에서도 시종일관 따다다다따다다다거려서 진짜 피곤해 죽는 줄 알았는데 가뜩이나 그 피로감 유발하는 비지한 랩에다가 목소리톤도 뭐가 꽉 막힌 느낌이라 이건 무슨 삶은 계란을 노른자째 3개 입속에 담고 우걱우걱 씹은 다음에 물 없이 진짜 딱딱한 똥을 싸느라고 힘을 무지하게 주는 딱 그 목소리톤이라 미쳐죽어버리는 줄 알았는데 드.디.어. ㅠㅠ 이 에미넴형의 보이스가 뻥하고 뚫렸으니 아니 진짜 판타노씨 비유에서 연상됐듯이 십년 묵은 쾌변을 본 느낌이다. 뭐 renegade나 forgot about dre 시절의 신들린 플로우는 아니더라도 꽤나 그쪽으로 가까이 간 느낌이고 더 이상의 따다다다따다다다 없이 강약 조절을 적당히 하면서 리듬감에 더 촛점을 뒀다는 것 만으로도 이번 앨범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어찌됐건 사이드에이에서의 내 컴플레인을 말끔히 해결해준 위 3가지 사항 만으로도 나한테는 무척이나 고마운 앨범임에는 틀림 없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뭐 많은 분들 느끼셨겠지만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 굉장히 노골적으로 나온다는 것. 이게 mmlp2에서 올드팬 향수 자극하는 거랑은 좀 다른 게 mmlp2는 그 옛 '장치'를 가져온 부분이 컸다면 여기선 정말 그 시절의 '사운드'를 가져왔다는 것에서 가히 혁명적이다. tone deaf, higher, 그리고 she loves me의 비트나 훅을 듣고 relapse-recovery 시절을 연상하지 않을 스탠들은 없지 싶고 뭐 뭐니뭐니해도 엔딩송 discombobulated에서 아예 그냥 대놓고 닥터 드레 프로듀싱에 relapse 시절 논란이 됐던 액센트를 노골적으로 가져오고 그 relapse 스타일 훅은 정말.. 듣고 온몸에서 물이 나올 수 있는 데서 다 물이 나올 뻔 했다. 심지어 discombobulated에서는 ass like that의 인디안 액센트 비슷한 것도 나온다. 사랑스럽게 병맛인 key (skit)도 big weenie 도입부의 그 그로울링 아니던가. 피처링 인사들을 과하게 기용하지 않고 거의 모든 곡에서 에미넴 혼자 작살을 내버린 구성도 초창기 에미넴 앨범을 연상케한다.

어떤 댓글을 보니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펀치라인과 double-triple entendre가 발견된다고 하는데 전적으로 동감인게 alfred's theme같은 곡은 모든 라인 하나 하나가 다 펀치라인이어서 곡 하나를 놓고 한줄한줄이 무슨 의미인지 분석해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그 중에서도 내가 몇개 꼽은 라인들이 있는데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개클레버하다. 먼저 alfred's theme에서 Parental advising (Visine) every time i drop (eye drop)도 그렇고 특히 I still get the bag when im putting garbage out은 와 진짜.. 그니까 한가지 의미는 영화 8 Mile에서 봤듯이 트레일러 파크에서 검은 쓰레기 봉투 들고 쓰레기 비우고 뭐 하면사  왔다갔다 하던 시절 얘기고 여기에 또다른 의미는 "내가 (니들 말하는) 쓰레기 앨범 (리바이벌 등)을 내도 난 돈 가방을 들지"처럼 전혀 180도 반대의 의미를 보인다는 거다. 아.. 진짜 놀랬다 이 라인. Higher에서도 놀란 부분이 overcrowded hospital waiting room'll get, maybe i have more patience (patients) to admit 라인. 발음의 유사성과 동음이의를 이용해서 하나는 입원시킬 환자가 많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헤이러들에 대해) 내가 인정할 만한 인내심이 많다는.. 아 진짜. 또 these demons에서 본떡 멤버들 이름을 이용해서 자신의 처지에 맞게 말이 되게 펀치라인을 이용한 부분도 진짜 개클레버했다 진짜. 또 하나는 코비드 레퍼런스로 범벅된 gnat에서 "내 플로우를 다른 랩퍼들과 분리를 해 왜냐면 나한테 접근하면 위험하거든. 그니까 일종의 사회적 거리두기지" 아 진짜... 사이드에이에는 이런 게 없었거든.. (심각한 스텝대드같은 곡에서 유따네시아 라익 칠드런 인 타이완 이 지랄을 하질 않나. 그치만 나 스탠임 엠형 짱).

이런 와중에도 적절하게 사회상을 반영한 부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앨범 전체에 걸쳐 코비드에 대한 레퍼런스가 여러 등장하고 특히 gnat은 곡 자체가 코비드를 이용한 영리한 펀치라인들로 채워진, "코로나 판데믹을 가장 에미넴 답게 표현한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these demons에서 죠지 플로이드를 질식사시킨 데릭 쇼빈에 대한 언급이나 black lives matter에 대한 소셜 코멘토리가 담긴 zeus도 놓칠 수 없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곡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고) darkness나 stepdad처럼 앨범 전체가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이랬다 저랬다 했던 사이드에이에서와 달리 이 앨범은 슬림 셰이디식의 조크로 꽉 채워 대체적으로 헤이러들과 크리틱들을 향해 일관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일범 전체가 타이틀과 맞물려 멋진 통일감을 보인다는 점이 다시 한번 놀랍다. 여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 스눕을 향한 insult 그리고 리하나에 대한 신실한 사과 등도 놓치지 말자.

일단 글쎄.. 위에 쭉 주절주절 얘기한 것처럼 여러모로 나한테는 반가운 앨범이지만, 에미넴의 오랜 팬으로서 무엇보다 가장 반가운 부분은 에미엠 본인이 확실히 편해보인다는 거다. 서두에 얘기했 듯이 그 동안 자신이 발매해왔던 앨범들의 평가에 민감하게 대응해왔던 에미넴이라면, 이젠 진정으로 don't give a fuck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Higher 같은 곧에서 "더 할 소재가 있나 더 할 게 있나" 라고 자문하다가 반전처럼 "물론 있지"라고 받아치는 모습이나 "천장을 향해 점프를 시도하면 오히려 점점 더 높이 튀어놀라간다"는 그 자신감이 참 좋다. 또 그렇게 스스로 부정해왔던 relapse를 결국 스스로 인정한 모습도 그 앨범을 이제 좋아하게 됐다는 의미보다는 이제 그닥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보다 유연함을 보여줬달까. 웰컴 에미넴! 

쩝. 글쎄다. 뭐 물론 에미넴이 the eminem show 이후로 다시금 클래식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식의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에미넴이 "실망스럽지 않은 모습" 아니 더 나아가 "무척이나 반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게 의의가 있지 않을까. 또 한편으론 그 동안의 고통이나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를 털어낸 모습을 보는 것도 팬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혹자는 여전히 에미넴은 한물 갔다, 내지는 사이드에이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 사이드비는 사이드에이와 180도 다른 만족감을 줬고, 좀더 과장해 보자면 조심스럽게 이 앨범을 기점으로 어떤 전환점 을 맡게 되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이 정도면 Nas의 [King's Disease] 만큼이나 성공적인 귀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