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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clops 4000/Sir Menelik [The Einstein Rosen Bridge] (2005, Sun Large)

tunikut 2011. 1. 31. 22:29



01. Bionic Oldsmobile (featuring Kool Keith & Black Silver The Navigator)
02. Crown Of The 12 Stars
03. Cyclops 4000
04. Terminator Of Criticism
05. Gametime
06. Let's Build For A Sec....
07. Macroscope Prod
08. Next Phase (featuring Kool Keith & DLS)
09. Nightwork
10. Physical Jewels
11. Physical Jewels (Rmx)
12. Physical Jewels (Thugg Rmx)
13. So Intelligent (Rmx) (featuring Kool Keith)
14. So Intelligent (featuring Kool Keith)
15. Space Cadillac (featuring Kool Keith)
16. Terrorworks

 

  90년대 말에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국내 힙합팬들에게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어요. 그 이유는 Rawkus하고 Bay Area 때문이었는데요, 특히 Rawkus에서 나왔던 Soundbombing이나 Lyricist Lounge 같은 컴필레이션을 통해 국내에서도 힙합좀 듣는다 하는 놈들은 Mos Def이나 Pharoahe Monch 듣고는 땀흘리고 웃통까겠다고 난리난다고 소리쳤어요. 그리고 바로 이 분위기에서 당시 누구 못지 않게 주목을 받은 엠씨 두 명이 있었는데 이 두 엠씨들은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 때'' 주목을 잠깐 받았고 아시다시피 Rawkus에서 앨범을 못내주고 뿔뿔히 사라져 버렸어요. 근데 웃긴 게요, 전 남들이 다 Mos Def, Talib Kweli, Reflection Eternal 좋다고 난리칠 때 혼자서만 이 두 엠씨들이 짱이라고 막 그러고 다녔거든요. 그 두 엠씨들이 누구냐구요? 바로 Shabaam Sahdeeq aka S-Dub과 오늘 얘기하는 Sir Menelik aka Cyclops 4000입니다.

  Shabaam Sahdeeq은 이후에 발표한 데뷔 앨범이 꽤나 실망적이어서 다시 재기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지(or 걸리고있지) Sir Menelik aka Cyclops 4000은 사실 그렇지만은 않아요. 이 분은 꽤 이력이 깊거든요. 이 분이 누굽니까. 전설적인 엠씨(지만 졸라 깨작깨작거리는) Kool Keith와 환상의 복식조를 이루며 Dr. Octagon 프로젝트의 흥을 이루었으며 DJ Spooky 앨범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보여왔던 분입니다. 근데 아주 이상하리만치 Sir Menelik-Kool Keith-Godfather Don으로 이어지는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한 축은 국내에서 유난히도 인지도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D.I.T.C. Wu-tang과 동시에 작업이 가능한 분들은 이분들밖에 없을 텐데도 말이죠. 옛날에 모커뮤니티 게시판에 "Sir Menelik 신보 나오네요!" 했다가 무플은 당연하고 조회수 0에서 1로 바뀌기까지 2시간 걸리더군요. 암튼 Sir Menelik은 그런 분이구요, 다들 잘 아시다시피 Scaramanga라는 예명으로 정규작과 믹스테잎 등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만 오늘 들고 나온 앨범은 Rawkus에서 내주기로 했다가 사장됐다가 뒤늦게 발표한, Sir Menelik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그의 유일한 솔로 앨범입니다.

  잠깐 그의 랩스타일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목소리톤 자체는 마치 Raekwon AZ를 합쳐놓은 듯 꽤 매력적이고 듣기 좋습니다. 하지만 스타일은 절대 친근하지 않죠. 국내 엠씨 Pento가 아마도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따발총 스타일로 다음절 라임을 사정없이 박아대며 알 수 없는 물리학-공학-의학 용어들을 나열하는 식입니다. 어떨때 보면 이 분 랩하는 거에 비하면 오히려 El-Producto가 순해보일 정도니까요. 물론 90년대 초중반에 발표했던 싱글들이나 Rawkus 컴필 참여 당시, 혹은 Scaramanga 앨범 때는 그나마 유순한 플로우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정작 Sir Menelik으로서의 본 앨범에서 그가 들려주는 랩은 이게 랩인지 그냥 나레이션인지 poetry slamming인지 그냥 말하는 건지 구분이 안되게 변칙적입니다.

  그런 변칙적인 그의 랩들을 받쳐주는 프로덕션은 사실 이 앨범의 성격을 가장 크게 나타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콕 찍어서 표현해보자면 "힙합의 익스테리멘탈리즘이 대중과 어떻게 타협점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니 익스페리멘탈이면 익스페리멘탈이지 왠 대중이냐고요? 아 그러니까 굉장히 실험적인 사운드지만 곳곳에 순한 비트들이 얹어져서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는 게 한가지 이유구요, 전위적인 비트 내에서도 바운스와 그루브가 느껴진다는 게 또 다른 이유예요. 이 앨범에서 가장 '순한' 프로듀싱을 들려주는 이들은 DJ Spinna El-P인데요, ? 잠깐잠깐 El-P가 순하다고요? , 적어도 이 앨범의 다른 프로듀서들 - Pimping Rex, Crown Of Brahma, Kasz, 그리고 Sir Menelik 자신 - 에 비하면 말입니다. Pimping Rex가 프로듀싱한 첫 세곡들은 온갖 기묘하게 뒤틀린 베이스 샘플과 느린 비트, 그리고 distorted, twisted 보컬이 난무하는 아방가르드라고 할 수 있으며 Crown Of Brahma라는 분이 프로듀싱한 "Terminator Of Criticism"이 얼마나 멋진 곡이냐하면 드럼앤베이스 비트를 세지 않게 걸어놓고 스네어 위치에 초강력한 베이스를 덧붙여서 드럼앤베이스와 힙합의 그루브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는 거예요. 이런 스타일은 Squarepusher DJ Premier가 콜라보를 해도 만들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사견입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깊고 재미있는 비트를 들려주는 이는 Kasz라는 분인데요, 이 분이 프로듀싱한 "Macroscope Prod"(앨범내 베스트 트랙!) "Physical Jewels (Rmx)"는 모두 기묘한 기타 샘플을 살짝 통통 튀는 개죽음의 스네어 바운스와 결합시켜 힙합곡인데도 고개를 까딱거리다못해 헤드뱅잉 수준까지 유발합니다. 이렇듯 워낙 초강력한 트랙들이 장악하고 있다보니 El-P가 프로듀싱한 "Gametime", "Nightwork" DJ Spinna가 프로듀싱한 "Let's Build For A Sec....", "Terrorworks" 같은 트랙들은 다소 평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거죠. 한편 앨범의 후반부에는 90년대 중후반에 그가 발표했던 대표적인 3대 싱글들 - Physical Jewels-So Intelligent-Space Cadillac - 과 그 리믹스들을 실어놓았는데요, Kool Keith의 깨작거리는 목소리가 좀 거슬려서 그렇지 (그래도 Dr. Octagon은 좋게 들음) 뭐 팬의 입장에서 반갑습니다. 한 가지 이해안되는 것은 Sir Menelik이 직접 프로듀스한 곡들은 완전 텅빈 허공에 오로지 스네어'' 갖다 붙여서 이게 무슨 '손뼉' 치며 랩하는 건지 뭔지 분위기를 만든다는 건데 개인적으론 뭐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이렇게 간략하게 앨범에 대해 얘길 해봤네요. 최근 Godfather Don의 황금기 시절 앨범이 리이슈됐는데 거기에도 Sir Menelik의 휘쳐링이 있어서 보고 되게 반가웠어요. 여전히 활발하게 앨범 발표를 하고 있는 Kool Keith 와는 달리, 오늘 얘기한 이 앨범 이후로는 좀처럼 앨범이나 싱글 발표는 커녕 휘쳐링 조차 소식이 없어서 팬으로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혹시 은퇴해버린 건 아닌지 좀 걱정스럽기도 한데요... 아무쪼록 새 음악을 가지고 다시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Originally posted on: http://www.hiphople.com/44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