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shi Kitano [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나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혐한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왜 다들 난리일까. 한국을 깔아뭉개는 듯한 무시하는 발언으로
하는 소리들이 아닌데 거참.. 제이 리노나 지미 팔론처럼 말이다. 그런 게 아닌데. 그저 김구라 스타일의 씨니컬한 독설 정도
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거참. (이상 딴소리)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이 영화. 다케시 감독의 데뷔작인데 딱 데뷔작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이 영화가
마치 "the beginning of takeshi kitano" 뭐 이런 식의, 마치 공포영화로 치자면 악마의 탄생, 악마의 잉태. 뭐 이런 느낌이랄까?
착하게 살려고 마음 먹었던, 순진했던 다케시가 어떻게 해서 이런 무자비한 폭력의 대마왕으로 거듭나게 되는지를 마치 설명
해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당연히 그런 식으로 의도된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마치 '시리즈의 1편'을 본 것 같은 그런 느낌
을 받아서 좋았다. 아직 "하나비"를 보지는 않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 무표정-무자비-all of a sudden식의 총질이 난무하는
여타 다케시 스타일의 야쿠자 무비들 중에서도 이 영화의 종반부에서 보여준 "총질"은 적어도 나한테는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마약 중독에 빠진 정신장애 여동생을 쏴죽이는 장면에서는 처음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가만히 극중 아즈마 형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동생을 쏘기 전 그 잠시 동안의 다케시의
'무표정 안에서의 미묘한 표정 연기'는 정말 압권! 초중반부가 너무 잔잔하게 진행돼서 좀 지루한 감이 있었으나 화끈한 종반부
를 보면서 말끔히 씻어냄. 썩소를 자아내는 야구 방망이 들고 뛰는 용의자 추격씬은 베스트씬 중 하나인 듯.
"키즈 리턴"을 헐리우드에서 만약에 리메이크를 한다면 두 남자 주인공은 예전 "트윈 픽스"에서의 '바비 브릭스'와 '제임스 헐리'
캐릭터가 맡으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지금은 둘다 늙었겠지만. (또 딴소리)